"100만원 싼 샤넬백 사려다 수백만원 날렸다"…무슨 일이? [안혜원의 명품의세계]

입력 2022-11-05 20:19   수정 2022-11-05 21:23

김모 씨(31)는 평소 구매하고 싶었던 샤넬 가방을 대신 구매해주겠다는 한 쇼핑몰을 알게 됐습니다. 국내에서 며칠씩 매장 앞에 줄을 서도 구하기 힘든 인기 제품을 정가보다 100만원이나 싼 가격에 구해준다는 말에 혹한 그는 577만원을 입금했습니다. ‘이 업체를 통해 좋은 상품을 구했다’는 구매자들 상품평을 확인한 김 씨. 이들이 보여준 사업자 정보까지 보고 의심을 접었습니다.

그러나 ‘최대 2주 안에 보내주겠다’는 약속과 달리 배송기간이 한참 지나도 상품은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애가 탄 김씨가 환불을 요구했지만 판매자는 “곧 해주겠다”는 답만 반복했습니다.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면 “내일 환불 주겠다”는 말만 할 뿐, 돈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쇼핑몰에 게시된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보니 국제전화로 연결은 됐지만 받지는 않는 식이었습니다. 당황한 김 씨가 환불을 받기 위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쇼핑몰은 삭제돼 사라져버렸습니다.

이처럼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명품 시장 '큰 손'으로 떠오르면서 명품 온라인 쇼핑족을 노린 사기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기 많은 해외 명품이나 국내에서 구매하기 어려운 해외 브랜드 의류 등을 현지에서 대신 구매해 택배로 부쳐주는 ‘해외구매대행’ 사기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한 '짝퉁 명품' 판매 사기도 많아 소비자들 주의가 요구됩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해외 명품 구매대행 온라인 쇼핑몰 ‘사크라스트라다’(현 ‘카라프’)가 상품을 한 차례도 배송하지 않고 상품 대금만 챙긴 것을 적발해 ‘임시중지명령’을 내리고 쇼핑몰을 폐쇄했습니다. 고가의 해외 의류와 가방 등을 판매하는 사크라스트라다는 지난 5월부터 온라인을 통해 해외 명품 의류 등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고 광고하고, 실제로는 상품을 보내지 않고 환불 요구에도 응하지 않아 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 업체는 쇼핑몰 개점 행사 일환으로 한정기간 동안 2만3000여종의 고가 해외 명품을 최대 35% 가격에 상품을 판매한다고 소개하며 소비자들을 유인했습니다.

관련 소비자 피해 규모는 최소 7억5000만원(601건)에 달하며 건당 최대 피해액은 6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실제 접수된 사례 중 피해액이 수백만원 넘는 사례가 다수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씨는 해당 쇼핑몰에서 600여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신용카드로 결제했으나 한 달이 지나도록 상품이 오지 않았고, 취소를 요청했지만 환불 처리도 받지 못했습니다. 샤넬 가방을 현금 521만9000원에 구매했다가 배송·환불 처리 지연 등의 피해를 입거나 디올 인기백을 무통장 거래로 348만원에 구매했다가 피해를 입은 사례도 있었습니다.

공정위 조사 결과 해당 쇼핑몰 소재지는 서울 강남구로 신고돼 있었지만 실제 사업장과 직원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쇼핑몰 대표 전화번호는 국제전화로 연결됐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화를 받은 직원은 이탈리아에서 상품을 보낸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홍콩에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처럼 ‘명품 사기꾼’들은 쇼핑몰을 직접 개설하거나 블로그,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등 SNS 채널을 이용해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고가의 외국 명품을 대신 해외에서 구매해준다며 소비자들을 유인했습니다. 외국에서 물건을 사는 듯한 인증 사진과 위장된 구매 후기를 올리고, 사업자등록번호 등 사업자 정보로 구매자들을 안심시켰습니다.

주로 추적이 힘든 카카오톡 등 메신저 오픈채팅방을 통해 익명으로 소통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현금만 받습니다. 구매자가 환불을 요구하면 곧바로 환불해주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외국에서 배송하기 때문에 배송 기간이 길거나 지연되고 있다고 속인 뒤 돈만 챙겨 잠적하는 사례가 대부분 입니다.

SNS를 통해 '짝퉁 명품'을 판매하는 행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사업자 신고도 하지 않은 채 '개인 간 거래'로 위장해 판매하는 수법을 씁니다. 판매자들 중 일부는 가품이라는 고지 없이 '가짜 보증서'까지 만들어 구매 대행으로 속이고 구매자들을 유인했습니다.

온라인 상품 거래가 일상화된 가운데 중국 판매자들이 국내 이커머스 업체를 통해 자유롭게 상품을 등록하고 판매할 수 있는 점을 악용해 가품 판매 행위를 일삼는 경우도 많습니다. 해외 유명 브랜드를 교묘히 복제한 제품을 버젓이 판매하는 것은 물론, 상품 구매 주문을 받은 뒤 잠적하는 바람에 국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겁니다.

중국 판매자들의 온라인 짝퉁 명품 거래는 ‘차이나 리스크’라 칭해질 정도로 심각합니다. 이 중국 가품 판매상들은 구매자가 "진품이 맞느냐"고 물어보면 가짜 보증서를 보여주며 "외국에서 구매 대행으로 들여오는 것"이라고 속이는데, 대부분 중국 광둥성 등에 위치한 가품 공장에서 만들어져 국내에 넘어온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해외에서 한국으로 들여오려다 적발된 지식재산권 위반 물품 규모는 약 2조원에 달합니다. 품목별로는 시계가 607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가방(6060억원), 의류직물(2140억원), 신발(782억원), 운동구류(394억원), 가전제품(333억원)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생산지별로는 중국산이 83.3%로 압도적입니다. 한국 내에서 유통되는 가품의 대부분이 중국산인 셈입니다.

중고거래 사이트와 플랫폼 등에서도 사기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때문에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나 '당근마켓', ‘번개장터’ 이용자들 사이에선 외국 명품 브랜드 판매자를 주의하라는 글이 공유되곤 합니다. 경찰은 중고거래 사기를 막기 위해 사기에 이용된 전화번호를 검색할 수 있는 사이버캅 애플리케이션(앱)을 제공하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처벌 수위도 낮습니다. 피해액을 갚으면 처벌을 면하거나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결국 피해 방지를 위해선 소비자 스스로 철저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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